Wednesday, September 24, 2008

INDIAN CURRY ARTICLE

http://myfriday.joins.com/myfriday/article/m_article_view.asp?aid=275917&servcode=3020304

커리`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인도의 깊은 맛
단순히 ‘카레’로 대표되는 인도의 맛이지만 우리의 된장과도 같은 마샬라, 난과 차파티를 맛보고, 커리의 다양한 맛을 경험하게 되면 그 깊고 뜨거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발을 되돌려 다시 버스에 오르고 싶을 지경이다. 다행히 콧속 깊숙이 파고드는 향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이번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거리는 온통 오토릭샤와 손수레, 인력거와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그 사이 웃통을 벗어젖힌 검붉은 피부색의 짐꾼들과 묵은 때가 꼬질꼬질한 포대자루가 오버랩된다. 갑자기 오토릭샤와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요란하다. 차에서 내린 지 1분도 채 안 됐는데 벌써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무더위와 무질서. 발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무작정 짙은 향을 따라 그 무질서 속으로 몸을 던졌다.활기 넘치는 향신료 시장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인도 델리의 구시가(올드델리)에 있는 ‘카리 바올리Khari Baoli’란 시장을 찾았다. 차 문이 열리기 무섭게 코끝에 와 닿는 향은 이곳이 향신료 시장임을 바로 알게 한다. 인도의 향신료는 인도 음식을 만들 때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빨간 고추ㆍ까만 후추ㆍ노란 심황뿌리 등. 상점마다 원색의 각종 향신료들을 누런 자루에 가득 담아놓고 손님을 맞고 있다. 어떤 곳에선 언성을 높여가며 가격 실랑이를 벌이는 곳도 있다. 왕복 4차선 규모의 도로엔 향신료 자루를 나르는 손수레와 짐꾼, 그리고 향신료를 사거나 팔러 나온 상인들이 뒤엉켜 북새통이다. 질서는 없어 보이지만 서울의 동북쪽에 위치한 경동 시장처럼 활기가 넘쳐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커리 냄비에 코를 박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따금 매운 향이 코끝에 와 닿을 때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다가 요란한 재채기 소리를 내기도 한다.


된장을 닮은 ‘마살라’ “매일 아침 인도의 여인들은 박음질 없는 옷으로 정갈하게 차려 입고, 돌절구에 열매나 씨를 넣고 정성스럽게 찧습니다. 그 돌절구에 들어가는 재료 대부분을 이곳 카리 바올리 시장에서 팔고 있죠.” 인도음식 전문가 아미타브 케서브Amitabh Keshav의 설명이다. 인도의 어머니들이 아침에 준비하는 건 인도 요리의 기본 양념인 ‘마살라Massala’. 우리나라의 된장이나 간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재료다. 그런데 단순히 맛을 내고 간을 맞추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마살라의 재료로 식물의 뿌리나 줄기, 허브의 잎과 꽃을 쓰기도 한다.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더위로 입맛을 잃었을 땐 식욕을 돋워주는 기능도 한다. 심지어 배탈이 났을 땐 치료제 구실까지 한다. 한 가지 향신료가 만능일 수 없기에 이런저런 향신료를 빻아 섞는 것이란다. 현지에서 만난 인도요리 연구가 백지원씨는 “마살라를 만드는 정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은 우리 어머니들이 된장을 담글 때와 다를 바 없다”며 “우리의 장맛이 집집마다, 지방마다 다른 것처럼 마살라의 맛도 가정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북인도는 밀빵, 남인도는 쌀밥 인도는 지역과 종교에 따라 음식의 차이가 심하다. 북인도의 경우 무굴제국의 영향으로 고기를 먹지만, 남인도는 전통적으로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에 있어서도 북인도는 밀가루로 만든 로티(차파티ㆍ난)를 먹지만, 남인도는 쌀로 밥을 지어 먹는다. 인도 서북쪽에 밀 생산지가 몰려 있고, 남해안 연안에서 쌀을 생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밀가루 음식은 중동이나 유럽의 영향을 받아서란다. 차파티Chapati는 밀가루 반죽을 둥글고 얇게 밀어구운 것이고, 난은 차파티보다 고급 밀가루를 사용해 구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난은 그냥 먹지만 차파티는 커리나 달(콩 수프)에 찍어 먹는다. 차왈Chawal이라고부르는 쌀밥은 우리네 밥과 차이가 심하다. 기름기가 없고 푸석푸석해 바람에 날아갈 정도다. 향신료를 넣은 볶음밥에 해당하는 풀라오Pulao와 양고기나 닭고기가 들어가 고급볶음밥 취급을 받는 비리야니Biriyani란 밥 요리도 있다.


인도에 노란 커리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노란색의 커리는 인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인도에서 커리는 채소와 고기에 마살라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음식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주식인 로티나 밥을 먹을 때 반찬으로 먹는 요리다. 주재료는 한 가지만 넣고 나머지는 마살라 등 향신료를 가미해 단순하게 만든다. 머튼 커리Mutton Curry도 자른 양고기에 마살라를 가미해 익힌 요리다. 커리의 맛은 생강과 고추의 양에 따라 순한 맛ㆍ중간 맛ㆍ매운맛으로 나뉜다. 북인도 지역은 순한 커리를 즐겨 먹는 데 비해 더위가 심한 남인도로 내려가면 커리의 맛이 매워진다.땀을 많이 흘릴수록 매운 커리가 몸에 좋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인스턴트 카레는 인도의 커리와 많이 다르다. 17세기 인도를 통치하던 영국인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10여 가지 향신료를 배합해 만든 걸 일본에서 도입한 일본 스타일이다. 커리에서 카레로 이름이 달라진 만큼 맛도 많이 달라졌다. 일본식 커리는 밀가루를 첨가해 인도의 맵고 강한 맛을 순화시켰다. 또 사과를 갈아 넣거나 파인애플을 다져 넣어 달콤한 맛을 내기도 했다. 일본식 카레를 들여온 우리나라 카레도 한국식이 추가됐다. 양파ㆍ감자ㆍ당근 등의 깍뚝썰기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점이다.


마살라로 나만의 커리 카리 바올리 시장을 단순히 눈으로 보면서 시장의 역동성만 느끼고 오긴 아쉬운 점이 많다. 그렇다고 고추나 후추를 잔뜩 사들고 올 수도 없는 일. 가장 좋은 건 인도 현지의 마살라를 사는 것.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구입해도 좋다. 백지원씨는 “서울로 돌아가 인도커리가 그리울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며 구입을 권했다. 인스턴트 분말 카레에 마살라를 섞어서 쓰면 인도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인도식의 강한 맛도 아니고, 일본식의 밍밍한 맛도 아닌, 나만의 커리가 만들어진단다. 카리 바올리 시장에선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300~500루피(1만원~1만7000원 상당)면 500g짜리 한 봉지를 살 수 있다.
2008.09.10 17:52 입력 / 2008.09.16 09:14 수정 WRITER&PHOTOGRAPHER 유지상(중앙일보